이익을 위해 비용 절감과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던 기업들이 ‘착하게’ 바뀌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조직들과 협업하는 한편,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를 통해 기업 구조의 투명성을 알리기도 한다.
착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사회 문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겪고 있는 사회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매출과 이익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얼마의 수익을 내는지 뿐만 아니라 수익을 내는 과정이 올바른지 확인하는 비(非) 재무적 요소다.‘ESG 경영’은 기업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영방식을 일컫는다.
ESG는 지난 2000년에 영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됐고, 이후 스웨덴, 독일, 캐나다 등에서 ESG 정보의 의무 공시제도가 도입됐다. 우리나라도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 공시기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SG 경영은 해가 지날수록 심각해져 가는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그리고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맞물려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밀레니얼(1980~2004년생) 세대들은 제품을 구입할 때 품질, 서비스, 가격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판매하는 기업이 환경, 윤리,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탄소 제로(Zero) 정책이 도입되고 주주행동주의가 강해지는 등 사회적 책임투자(SRI)가 요구되면서 ESG 경영은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기업 생존의 문제에 직결 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국민연금 등 글로벌 큰손들이 ESG 투자를 선언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은 ESG 경영 활동에 힘을 쏟는 기업에 관심을 갖고, ESG 가치를 지키지 않는 기업을 주식·채권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까지 다해야 기관들의 투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7조 달러(약 7천690조 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운용 기조도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블랙록은 작년 총매출의 25% 이상을 석탄화력 생산·제조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최근에는 국민 연도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SG의 평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ESG 평가기관들이 정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기업들의 ESG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기관별로 평가 항목의 구성과 가중치가 달라 결과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미국의 기업평가 기관인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는 매년 전 세계 8천500여 개 이상의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ESG 측면의 성과를 평가해 AAA부터 CCC까지의 등급을 부여한다. 한국기업 지배구조원(KCGS)은 2003년부터 매년 국내 상장회사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A+등급부터 D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ESG 개선 지원 및 사회책임 투자의 의사 결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CSR과의 차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ESG는 유사하다. 하지만 CSR은 기업 윤리적 관점과 자선적 책임(사회공헌)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여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는 반면, ESG는 하나의 평가 지표로써 기업 전반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요소들이 기업 경영 및 재무 활동에 직접적으로 연동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CSR이 기업들의 선택 사항이라고 한다면, ESG는 평가 결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떨어지거나 투자자들이 빠져나 가는 등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이익 창출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수행하는 ESG 활동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부터 투자자금을 유입 받아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더 다양한 ESG 활동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